끄적끄적 쓴 글들, 끄적끄적 찍은 사진들, 끄적끄적 그린 그림.
by Vertigo
우울, 외로움, 사람.
 
미용실에서 잘려나가는 머리카락을 보고있자니 괜시리 기분이 울적해진다.

두 달만에 머리를 자른다는 나의 말에

미용실누나는 구박을 하듯 사정없이 머리카락을 자른다.

다 자르고 난 후 거울에는 깨끗한-그러나 어색한, 그리고 수줍은- 내가 있다.

우울함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나고나면 깨끗하고, 어색하고, 수줍은. 그런 느낌.

비가 온 후의 개운함처럼.






외로움을 느낄 때면 버스를 타고 광화문에 가곤 한다.

가서 계속 걷다가 온다.

이렇게 얘기하면 사람들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여유로운 걸음을 상상하지만,

사실은 누구에 쫓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빠른 걸음으로 많은 사람들 틈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걷는다. 

내가 생각하는 외로움이란 그런 것.

급박하고 쫓기는.

하지만 마지막에는 신선함을 느끼는.






걸으면서 혹은 버스를 타고 가면서 풍경들을 그냥 지나친다.

하나의 풍경 같지만 그 하나의 풍경은

다시 여러개의 풍경으로 나눠진다.

건물이라는 풍경과 가로수라는 풍경, 길의 풍경, 도로의 풍경,

걸어다니는 사람들, 도로를 재빠르게 질주하는 차들의 풍경...

이렇게 여러 풍경들이 겹쳐져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수백만개의 풍경으로 이루어진 풍경은

다시 보는 사람에 따라 수천만가지로 나뉘어진다.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란 그런 것.



이글루스 가든 - 제대로 된 글 쓰기.
by Vertigo | 2006/03/12 19:01 | essay life | 트랙백 | 덧글(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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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epiphany at 2006/03/31 02:11
예전에 다니는 병원이 서대문역에 있어서 신경숙의 글을 곱씹으며 세종문화회관까지 걸었었죠. 지하도를 건너서 탑골공원까지도 가고 음반 도매상도 구경하고. 우울증 치료차(우울증인지 뭔지도 모르겠지만) 다닌 병원이여서 서대문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면 선로로 뛰어내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운 때였어요. 그 때의 일들이 생각나는군요.
귀에 시끄럽게 이어폰을 꽂고 혼자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생각하면서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녔죠. 저는 그 쪽 글을 읽으면 죽음이 머리 속을 떠나질 않아요. 대화도 나누어보고 싶고... 글도 한 동안 남기질 않아서 나름 심란했어요. 담백한 글 잘 읽어요. 힘이 나는 글은 아니지만-.
Commented by Vertigo at 2006/04/01 22:19
그 쪽 글이라면 제 글을 뜻하는 것인가요...
어쩌면 제가 죽음을 떠올리면서 글을 썼을지도 모르겠네요. ^^
담백한 글이라는 칭찬 너무 고마워요.
요즘 나름대로 하는 것은 없지만
너무 바빠서 글을 컴퓨터로 옮기지 못하네요.
옆에 메신져주소가 있으니 대화하고 싶으실 때 등록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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